1.
어제 지원대장님으로부터 네 좌우명은 뭐냐는 질문을 받았다. 나는 이전부터 머리속에 넣고 다니던 좌우명을 말했다.

"최고보다 최초가 되자." 입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나는 좌우명이 없다. 위의 저 문장은 한 번도 실천해본적이 없다. 겁많은 내가 무슨 새로운 도전을 해봤겠는가. 저 좌우명은 뭔가 나도 좌우명이 있긴 있어야겠고(어제처럼 누가 물으면 대답할 수 있게), 그러다 어느 날 저 문장이 생각이 났고, 그냥 저걸로 하기로 했다. 날치기 통과.

그리고 뻔하긴 하지만, 나름 그럴싸한 좌우명의 이유도 생각해놓았다. 누군가 왜 그걸 좌우명으로 했느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작정이다.

"최고는 항상 변하지만, 최초는 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상황에 따라 불필요한 말을 덧붙인다면,

"저는 최고보다 최초가 훨씬 되기 힘들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리고 위인전기에 나와있는 사람들도 대부분 최고보다는 최초로 무언가를 성공해낸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았죠."

뭐 맞는 말이긴 하다. 설사 리처드 도킨스가 다윈보다 더 진화론을 잘 설명했다고 하더라도, 다윈의 진화론이라 부르지 도킨스의 진화론이라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공계 분야에서는 최고가 곧 최초로 무언가를 발견하고 발명한 사람이기 때문에 당연한 말이기도 하다. 어쨌든 그런 이유로 나는 저 문장을 좌우명으로 갖고 있다. '가슴 뛰는 삶을 살자'라고 할까 하다가, 이건 너무 책보고 감동 먹어 따라하는 것 같아서 싫고(책 : 가슴 뛰는 삶을 살아라), '고통을 최소화하는 삶을 살자', 이건 너무 얼토당토 않고, 앞으로도 계속 저 좌우명을 얘기할 것 같다. 한번이라도 좌우명을 따를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2.
좌우명이 나온 김에 내 인생의 목적도 말하려 한다. 인생의 목적은 좌우명처럼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언행불일치는 아니다. 비교적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내 인생의 목적은

"내가 왜 사는지를 깨닫는 것"이다.

이 '목적'은 뭔가 있어 보이려는 목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며, 구체적 내용은 없는 허무 맹랑한 말도 아니다. 나는 진짜로 내가 왜 사는지를 깨닫고 싶다. 자신이 왜 사는지, 왜 살아가는 것처럼 느끼는지도 알지 못하면서 다른 목적을 만드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진화의 과정 중 어떻게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뇌가 탄생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다시 진화의 과정을 거쳐 '자아'를 탄생하게 했고, 연속적인 시간이라는 개념을 인지하고 살아있다는 느낌을 주게 되었는지 알고 싶다. 부처도 알았고, 오쇼 라즈니쉬도 깨달았을지 모르지만, 나는 그들처럼 영적인 능력이 뛰어나지 않기 때문에 과학을 통해 풀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너는 대학 졸업하면 뭘 할 꺼냐고 물어본다. 그때마다 대학원 진학해서 박사학위 따고, 연구원이나 교수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대답한다. 어디에서 무얼 하든, 무엇을 전공하든 그 수많은 길들은 내 인생의 목적을 향해 통할 것이다. 아니, 그렇게 만들고 싶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이 글의 관련글
2007/10/25 17:55 2007/10/25 17:55
Trackback address :: http://www.nanael.net/trackback/153

Comments List

  1. snowall 2007/10/25 20:42

    멋진 좌우명을 갖고 계시네요.
    "세상 끝까지 너의 꿈을 따르라, 그것이 세상을 구원할 유일한 길이니"가 제 좌우명입니다.

    • 잡상인(雜想人) 2007/10/28 19:21

      제 좌우명은 유사시 대비용으로 만들어 놓은 것일 뿐인걸요. ㅋ
      snowall님의 좌우명도 의미심장하군요. '가슴 뛰는 삶을 살아라'와 상통하는 것도 같구요. 그런데 그 '꿈'이 뭔지 궁금하네요.

  2. snowall 2007/10/28 20:08

    물론 제 꿈은 "물리학자"입니다. ^^;

    • 잡상인(雜想人) 2007/10/29 18:09

      아 참, 그렇군요 ㅋ 물리는 이미 공부하고 계시니 물리의 프로가 되고 싶다는 말씀이시겠죠? 멋진 좌우명이 나침반이 되주어 꼭 이루시길 바랍니다. ^^

Writ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