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단한 덧셈 계산은 경험을 통해 이루어진다. 하나, 둘 등의 수의 개념을 미리 타고 난다고 가정한다면 하나에 하나를 더하면 두개가 된다는 것은 경험을 통해 알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손가락으로 세어보는 것이다. 수의 개념이 있다면(즉, 어떤 것이 둘을 뜻하고, 어떤 것이 여섯을 뜻하는지를 알고 있다면) 손가락 계산을 통해서 10 이하의 다양한 계산을 할 수 있으며, 한번 속가락을 접었다 폈다는 사실을 기억할 수 있게 된다면 한자리 수의 계산은 전부 할 수 있다. 나는 논리력을 통해서 단번에 위의 것들을 계산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 경험해 보며, 그것을 외웠다. 나는 분명히 외웠다. 1+1=2 는 수의 개념이 생기기 시작할 때부터 너무나 쉽게 경험 할 수 있는 것이라 금방 알 수 있다. 그러나 나머지 것들은, 예를 들어 7+8=15 라는 사실은 단번에 논리를 통해 풀 수 없고, 손가락 세기 등의 경험을 통해 지식을 습득하고 그것을 외우며, 그 이후로는 그 사실을 그냥 기억에서 떠올릴 뿐이다. 지금에 와서는 7+8=15 를 너무도 금방 구할 수 있지만, 그것은 외우고 있던 것을 금방 꺼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다만 7+3=10 이라는 것을 알고 7+4=11 라는 것을 외우고 있을 때, 거기서부터 규칙을 끄집어내서 7+5=12 이라는 사실을 빨리 알아차릴 수는 있다. 그러나 만약 7+3과 7+4의 답을 알더라도 7+9 가 뭔지 갑자기 물어본다면 즉시 대답하기 힘들 것이다. 5, 6, 7 씩 차례로 뒤에 더해지는 항을 올라가면서 답을 유추해내거나, 처음부터 다시 손가락 수셈이나 연필로 작대기를 그어가며 하는 수셈으로 계산해야 할 것이다. 요점은 한자리 숫자의 덧셈은 경험으로 외워지는 것이며, 논리는 차례대로 하나씩 더해가는 등의 사소한 면에 밖에 작용하지 않는다.
그럼 두자리 숫자의 계산은 어떤가. 이 또한 한자리 수의 덧셈을 완전히 암기한 뒤에 그 기억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15+17 등은 매우 숫자의 크기가 크기 때문에 더 이상 손가락 셈이나 작대기 세기가 힘들어진다. 그러므로 유치원때인가 초등학교때인가 배운 방법을 쓴다. 세로로 숫자를 나열한 다음에 일의 자리 숫자부터 더하고(이것은 한자리수를 계산할 때 암기했던 값을 바로 끄집어내면 된다.), 그 다음 십의 자리에 1을 올린다는 방법을 사용해 십의 자리를 역시 한자리수 덧셈의 암기한 값으로 부터 끄집어낸다. 이런 순서만 기억할 수 있다면, 한자리 수 암기를 통해 모든 덧셈은 다 계산 할 수 있다. 암산 능력이 좋아지면 56+77 같은 계산의 경우 일의 자리부터의 계산이 아닌 10의 자리 계산부터 수행해 낼 수 있다. 요점은 기억만 있으면 계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럼 곱셈은 어떨까. 우리는 구구단을 외운다. 나도 외웠다. 구구단은 그야말로 그냥 단순 암기이다. 7 x 8 을 처음보자 마자 한번에 생각해 낼 수 있는 사람 드물 것이다. (나는 영재들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다. 나는 내 경험만 알고 있다.) 구구단이 왜 그렇게 되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다시 한자리 수 덧셈으로 넘어간다. 이제는 손가락 세기가 아니라, 더 큰 단위로 하나씩 더해간다. 7x1=7, 7x2=7+7=14, 7x3=7+7+7=21 처럼, 하나씩 한 숫자를 반복해서 더해가며 구구단이 왜 그렇게 되는지를 알게 된다. 그래도 어쨌든 암기해놓은 한자릿 수 덧셈이 필요한 전부이다. 다만 9단은 십자리가 1씩 증가하고 일자리가 1씩 감소한다는 규칙성을 발견해 더 쉽게 구구단을 생각해내고, 5단의 0과 5의 반복과 같이 아주 간단한 규칙성이 계산과 암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나는 유독 7단이 어려웠는데, 아마 7단이 아무런 규칙성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논리가 적용되는 곳은 이런 부차적인 부분일 뿐이다.
두자리수의 곱셈도 두자리수의 덧셈과 같다. 우선 구구단을 다 외우면, 그 기억을 끄집어 내어 앞서 설명했던 일의자리부터 계산하는 방식으로 계산을 하며, 조금 더 암기력이 좋아지면 앞에서부터 계산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결국 한자리 수의 곱셈의 계산 값만 외우고 있다면 가능하다.
나눗셈의 경우는 곱셈의 역순 진행이다. 어떤 수를 곱하면 그 수가 될까를 역으로 올라가는 것밖에 없다. 그 중간과정은 역시 기억의 재생만 있으면 가능하다.
결국 나는 1+1=2 라는 사실을 경험으로 알고, 나머지 한자리 수 또한 손가락 세기를 통해 그 값을 머리속에 저장 한뒤 그들을 끄집어내면서 점점 더 복잡한 사칙연산을 하게 된 것이다. 계산력의 증가는 결국 기억의 재생 속도의 증가를 뜻할 뿐이다. 계산하는 과정은 논리적으로 보이지만 사실 단순한 계산에서 논리는 필요없다. 물론 나 말고 천재나 영재들의 계산 방식은 전혀 다를 수도 있으며, 다른 나라에서 가르치는 계산법 중에 기발하고 특이한 계산법도 보았다. 그런 경우에 그들은 논리를 '필수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최소한 나를 포함한 보통의 사람들이 사칙 연산을 할 때는 경험과 기억만 필요하다

Comments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