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조히스트가 되가는가.

내면의 수첩 | 2008/01/26 14:53 | 이방인

나처럼 체질적으로 마른 사람들은 대부분이 소화기가 약해서 살이찌지 않는다. 남들이 살찌는 방법(야식 먹기, 고칼로리 음식 먹기)을 쓰면 오히려 소화기에 탈이 나 살이 더 빠진다.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기 때문에, 근육을 통해서 몸무게를 불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요즘 근력 운동을 하고 있다. 처음엔 혼자 깨작깨작 힘들때까지 하다가 말았지만, 요즘은 팀을 짜서 같이 하는 중이다. 다 같이 서로 도와가며 운동을 하기 때문에 중간에 자기만 쉬거나 빠질 수 없다. 운동을 계속 해왔던 사람들의 조언을 따라가며, 적정량의 운동을 하고 있다.

그런데 근력 운동에 있어서 적정량이란 어느 정도를 말하는 것일까. 가슴을 키우겠다, 어깨를 키우겠다, 하체를 단련하겠다 할 때에 특정한 운동(벤치 프레스, 스쿼드 등등)을 몇개씩 몇세트를 해라는 식으로 보통 조언을 해준다. 그리고 뒤에 붙는 말이 보통 개수가 중요한게 아니라 자세가 더 중요하다고 한다. 그리고 그 훨씬 전에 나오는 말이 자기가 무겁다고 생각할 정도의 무게를 고르는 것이라 한다.

혼자 깨작깨작 하다가, 팀으로 제대로 하면서 느낀건데, 운동에 있어 유일한 적정량은 운동하려고 했던 부분의 근육이 힘이 빠져서 꼼짝도 하기 힘들 때까지 하는 것이다. 무게, 횟수, 자세, 시간 다 중요한 요소이지만, 결국 힘들어 죽을 때까지 했는가가 제대로 운동했는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것 같다.

이 기준은 사실 개인이 운동함에 있어 쉽고, 적절한 기준이다. 운동을 혼자 하게 되면,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건지, 이러면 근육이 생기는 건지 모를 때가 많다. 시키는 대로 몇 세트 하긴 했는데, 별로 힘이 안 들 때도 많고, 나는 무겁다고 생각하고 무게를 골랐는데, 근육은 안 생기는 것 같고. 그럴 때 유일한 적정량의 기준은 에고 죽겠다 소리가 나올 때까지 하는 것이다. 힘들어 죽을 것 같지 않으면 횟수를 늘리든, 무게를 늘리든, 자세를 다시 보든 다시 더 하면 된다.

이것이 근력 운동의 기준이 되다 보니, 내가 점점 마조히스트가 되가는 것 같다. 에고 힘들어 죽겠다 싶으면 이아픔이 이틀 뒤엔 근육으로 되있겠구나 하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한다. 별로 아프지 않고 힘이 들지 않으면, 시간을 헛 보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근육의 고통에서 심리적인 만족을 찾는 것이다. 나는 지금 심리적 만족보다 아픈 것을 피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큰 상태이긴 하지만 몇 주 더 하다보면, 근육의 통증을 쾌감으로 착각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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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상 2008/01/28 09:22

    맞아 한계까지 하지 않으면 운동해도 별 차이가 없드라

    근데 그걸 금방깨닫다니 대단한데

    • 잡상인(雜想人) 2008/01/28 11:15

      나도 깨달은게 아니라 들은거야~ 조만간 깨닫길 바라고 있어 ㅋㅋ

  2. 智熏 2008/02/03 15:51

    육체에 대한 마조히즘은 마조히즘 중에서도 가장 변태적인거야.

    • 잡상인(雜想人) 2008/02/04 12:48

      변태 마초가 되어 돌아올께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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