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올림픽 기간이다. 여기저기서 금메달 소식이 나온다. 박태환은 앞으로의 경기에 상관없이 돌아올 땐 '국가의 영웅', '민족의 영웅', 한국 마음대로 '아시아의 자존심'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귀에 거슬리는 캐스터의 "백인도 누르고 만리장성도 누르고 대한민국 박태환 선수가 금메달을..."이라는 말을 들으며 분출하지 못해 안달이 난 열등감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올림픽은 어쩔 수 없이 국력을 확인하고, 타자화를 강화하는 국제행사이다.
올림픽 기간 중 방송에서 내내 나오는 말이 메달 색깔이 중요한 게 아니라 4년을 준비하며 땀을 흘리고 최선을 다한 선수들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말이다. 그러면서도 금메달을 딴 선수와 은메달을 딴 선수는 실제 '금'과 '은'을 대하는 것 만큼이나 차이가 난다. 금메달과 은메달의 대우의 차이만큼이나 동메달은 거의 주목도 받지 못한다. 전기선을 잘라도 볼 수 있는 구리로 만든 메달이라서 그런가.
그러나 사실 메달 색깔에 상관없이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모두가 같은 성원을 보내길 바라는 것은 의미가 없다. 시스템이 그렇지 않다. 올림픽의 순위 결정은 금메달 개수로 내림차순을 하고, 금메달이 동률일 때는 은메달 수로 내림차순을 한다. 금메달이 하나라도 적으면 은메달이 20개가 더 많더라도 순위는 밑이다. 이런 시스템에서는 금메달 지상주의가 될 수밖에 없다. 한국의 "2등부턴 고개 들지도 마" 때문만은 아니다.
그러므로 메달 색깔을 따지지 말자는 건, 마치 학벌로 인간의 가치가 평가되는 한국사회에서 그래도 학벌을 너무 따지지 말자고 권유하는 것과 같다. 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1등부터 꼴등까지의 대학 서열화가 있는 한), 학벌주의는 없어질 수 없다.
왜 올림픽 위원회에서 이런 순위 방식을 택했는지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참가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는 것은 개뼈다귀 같은 소리지만(정말 참가에 의미가 있는 국가에만 해당된다), 굳이 금메달에 절대적인 지위를 줄 필요는 없지 않는가. 금메달 5점, 은메달 2점, 동메달 1점, 이런 식으로 가중치를 주고 합계로 순위를 매기는 방법도 있다. 아니면 순수하게 메달 개수로만 순위를 매겨도 된다. 그럴때에만 은메달과 동메달에도 의미가 더해진다. 물론 이렇게 하더라도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은 소외될 수 있다.
그러나 최상위권 대학끼리 평준화 시키고, 거기에 포함되지 못한 대학끼리도 평준화를 시켜 서열화를 완전히 파괴하진 못하더라도 균형은 잡을 수 있듯이 올림픽 메달에 대한 의식도 바뀔 수 있다.
(굳이 바뀔 필요가 없으면 말고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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