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노량진을 선택한 이유는 나의 소심병 때문이다.
나는 겁이 많아 새로운 곳에 발을 잘 내디디지 못한다.
그래서 안전하다고 옆에서 계속 안심시켜줄 사람이 필요하고, 발을 내디딜 때 어깨를 잡을 사람이 필요하다.
마침 노량진 고시원에 살던 친구가 있었고, 그 친구의 방을 보고 설명을 들으며 나도 그냥 여기 살아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결국 방 잡을 때도 그 친구의 여자친구가 도움을 많이 줬고, 덕분에 금방 적응할 수 있었다.
여러모로 임시 정착을 도와준 그 친구와 여자친구에게 고맙다.
그렇게 여기에 발을 디디게 됐는데, 정작 여기서는 잠만 자고, 일주일 중 4~5일은 신촌이나 안암 근처로 간다. 강의를 신청해놓았기 때문인데, 어떤 날은 일주일 중 6일을 신촌 근처(홍대 포함)에 간 적이 있다.
차비야 어딜가든 그 정도는 드니까 그렇다 쳐도, 갔다 왔다 시간이 아깝다. 지하철을 타도 신촌까지 40분, 강의실까지 가는데는 55분 정도 걸린다. 안암까지는 다 합치면 한시간 조금 덜 걸린다.
왕복이니 두시간 씩은 계속 길에다 버리는 것이다. 버스를 타면 잡생각밖에 못하고, 지하철을 타면 잠깐잠깐의 시간 동안 글이라도 읽을 수 있지만, 금방 환승을 해야되서, 얼마 읽지도 못한다.
그래서 가끔 고시원이 신촌 근처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 때도 있다. 물론 처음부터 신촌에 잡았다면 도움을 못 받았을 것이고, 쓸 데 없는 돈을 많이 썼을 것이다. 그래서 노량진에 처음 발을 내디딘 건 만족한다. 그런데 만약 서울에 더 오래 있게 된다면, 신촌 쪽으로 옮겨야 되지 않을까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마 그러지 않을 것 같다. 노량진의 물가가 싸기 때문에 자금 사정이 좋아져야 하는 이유도 있고, 또 한 가지 감상적인 이유에서다.
강남(부유층이 사는 곳을 일컫는 말이 아니라 그야말로 강 남쪽)에서 강북으로 가려면 당연히 강을 건너야 한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며 강을 건널 때마다 너무 설렌다. 강을 건널 때면, 읽던 잡지나 책을 한 손에 접어 쥐고, 강을 바라본다. 아직 서울에서 오래 안 살아봤기 때문일까. 그렇지도 않다. 나는 광안대교를 수 없이 건너봤지만 거기도 건널 때마다 설렌다. 물 위를 달린다는, 물 위에 있다는 것이 설렌다.
그럼 나도 도시미학이나 건설미학에 빠져있는 것일까. 그것이랑은 또 다르다. 물을 보면 항상 설레니까(청계천 따위 빼고). 물은 내게 공포의 대상이지만, 관망할 수 있을 때는 아름다움의 대상이 된다. 그리고 안전한 공포는 명상만을 주고, 이는 즐거움이 된다.
어찌됐든 그래서 당분간은 노량진에 있을 것 같다. 불편함이 감상과 재정상황을 앞지를 때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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