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딱 일주일 남았다.

내면의 수첩 | 2007/03/26 22:46 | 이방인

이제 일주일 남았다.
삼일 전부터 마음이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니 입대하기 전 열흘부터는 원래의 계획대로 일을 하기가 힘들어진다.
*

2월 달, 3월 달 동안 특별한 일이 하지 않은 것이 후회가 된다. 그런데 마땅히 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그 사이에 한 것이라곤 워드프로세서 1급과 이 블로그를 만든 것밖에 없다.
사실 주위에서 노는 동안 뭐하냐, 어디 여행은 갔다 왔냐, 돈은 벌었냐 등등의 말들을 무지하게 들었다.
 
지금 여행가지 않으면 후회할 것이다. 내가 아는 사람은 전국 투어를 한다더라 등등.
그런데 이런 말을 들을때마다 스트레스가 장난 아니었다.
돈 버는 거야 꼭 해야 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아주 약간 후회가 되긴 한다. 그런데 이 여행이라는 것은, 마치 반드시 해야하는 필수인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 나는 여행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계획을 잡는 것을 귀찮아하며, 집밖에서 자는 것은 극도로 싫어한다. 여행을 한다면 혼자 하고 싶지만, 혼자 하기에는 두려움이 너무 크다. 그래서 누군가가 여행 계획까지 다 잡고 경비까지 다 잡아서, 나에게 '가자'하지 않는 한 여행 가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렇긴 하지만 나도 여행이 인생을 사는데 얼마나 필요한가 잘 안다. 익숙한 환경에 있으면 익숙한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학교 돈으로 갔던 두 번의 해외 여행은 정말 내 뉴런들의 구조를 5%정도는 거뜬히 바꾸었을 정도로 신선한 경험이었다.
솔직히 돈이 없어 해외에 갈 여유는 없지만, 한국을 돌아다니면서, 혼자 생각하는 시간,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기회들을 갖는 것도 평생에 한번은 꼭 해봐야 하는 일일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방에만 처박혀 있었던 내가 부끄럽다. 그리고 다른 친구들이 여행 안가냐 하고 물을 때, 괜히 화가 났다. 찌질해 보이는 것 같아서이다.

그동안 친구들이 부르면 나가서 술이나 마시고, 시간 맞춰 도라에몽을 챙겨보고, 도라에몽, 퉁퉁이 성대모사나 연습하면서 지냈다. -_- 계속 어딘가 여행을 가야 하는데, 무언가를 해야 되는데 압박만 받으며.

그런데 난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반드시 지금 가야 하는 것이라고도 생각지 않는다. 내가 가고 싶을 때, 혹은 우연한 기회로 가야지 더 많은 것을 느낄 것이다. 그렇지만 여행까진 아니더라도, 가까운 부산도 둘러보지 않은 것은 후회가 된다.

여행은 좋아하진 않지만, 이렇게 앉아서 글을 쓰는 건 좋아한다. 그래서 군대가기 전에 반드시 블로그를 만들겠다고 다짐했었다. 그건 원하는 데로 되었다. 역시 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은 남이 뭐라하지 않아도 하게 된다.
*

나는 군대를 늦게 가는 편이다. 보통 나보다 1년이나 2년정도 먼저 간다. 나도 카투사가 아니었더라면 안 갔을 것이다. 근데 뭐 어쨌든 늦게 가는 것에 대해서 손해본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다른사람이 어떻게 생각할진 몰라도.

보통 3학년을 마치고 가면, 배운걸 다 까먹는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3년동안 쌓아놓은게 없기 때문에 잃을 것도 없다. 오히려 군대에 있으면서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길 것이다. 물론 하게 될지는 미지수이지만 -_-.
그리고 군대를 늦게 가면 나보다 나이 어린 애들이 고참이라서 더럽다고 한다. 그게 그렇게 유쾌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크게 걱정되지도 않는다. 뭘 어쩌겠는가. 어차피 학교는 학번 사회고 군대는 계급사회인데.
3학년까지 다니면서 인내심이 거의 한계에 다다랐었는데, 군대는 내게 잠시 숨을 돌릴 시간을 줄 것이다. 학기 내내 숙제에만 끌려 다니며, 3년을 보내버린 나로써는 이렇게라도 끊지 않으며 허망하게 대학생활이 지나가버릴 것 같았다. 그래서 카투사에 붙지 않더라도 1년정도 휴학을 하려고 마음 먹었었다. 결과적으로 카투사가 걸렸으니, 답답했던 군대 문제도 해결되고,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물론 이렇게 생각하고 갔다가 평생을 후회 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일.

*

사실 적응하지 못할까봐 걱정도 많이 된다. 남은 기간 동안 영어공부를 하려고 했지만, 개뿔.
영어를 못하면 무시당하진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그런데 방법이 없다. 입을 못 굴리면, 몸이 대신 구르겠지 하는 마음 -_-

방학하고 4개월이 이렇게 빨리 지나갈지 몰랐다. 군생활도 이러면 좋으련만 -_-;;

군대가기 전에 정리해야 할 일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 이번주는 처음으로 빡빡할 것 같다.



내겐 다시 오지 않을 일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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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헭- 2007/03/28 00:39

    뭐 경험하지 않은자가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마는...ㅎ
    가기전까지 가족들과 매 끼니 맛있게 먹으면서 이야기 나누고
    늘 하시던것 처럼 운동, 독서만이라도 거르지 않으시면
    충분히 보람있는 일주일을 보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ㅎgg

    • 초코우유부단 2007/03/27 23:47

      네, 남은 일주일 동안은 꼭 해놓고 가야 하는 일들, 밀린 약속들을 하다 보면 소리없이 지나갈 것 같습니다. ㅎ

  2. 비밀방문자 2007/03/27 22:18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 초코우유부단 2007/03/28 00:28

      그러게, 또 생각해보니 그렇네. 그런데 가족들에게도 그렇게 잘해주지도 못한 것 같아 미안해. 한번 술마시러 가면 다음 날 아침에 들어오고, 걱정끼쳐드리고. 돈 떨어졌으니 돈 달라고 투정하고. 다시 못올 일주일인데 말이야. ㅠㅠ

      우선 몸건강히 돌아오는게 보답이겠지 하고 있어 ㅋ

  3. OinK 2007/03/28 10:45

    도비씨 몸 건강히 잘 다녀와요-
    계획 잡는거 귀찮아하는거 하며.. 누구랑 똑같네요-ㅁ-ㅋㅋ

    • 초코우유부단 2007/03/28 12:44

      고마워요 ㅎ
      지훈이랑 서로 여행갈까 말만 꺼내고 아무것도 안했어요. 예상했지만요 ㅋㅋ
      지훈이 보내는 마음이 안타까우시겠네요. 노지랑 오래는 안 지내봤지만 그동안의 경험으로 봤을 때 -_- 아주 아주 튼튼한 어린이니 너무 걱정마세요 ㅋㅋ
      둘 다 잘 다녀올께요~ 그동안 편히 계세요 :)

  4. 구도자 2007/03/29 12:23

    너의 체력은 우리나라의 전투력임을 잊지말고 가서 몸 관리 잘하고 ㅎㅎ
    잘 갔다 오니라 =_=)~

    • 초코우유부단 2007/03/30 01:41

      ㅋㅋ 나의 체력은 한국의 전투력, 나의 영어는 한국의 외교력 -_-;
      일병까지는 이런 마음으로라도 버텨야지ㅋ 잘다녀오겠삼~
      너의 체력은 너의 건강. 그게 더 중요하삼. ㅋ
      다녀 올 동안 읽을꺼리를 풍부하게 만들어 놓으시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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