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싸이에 썼던 다이어리를 오징어 잡이를 하듯 하나씩 끌어 보았다.
2년 동안 싸이 다이어리를 쓰지 않았다.
오래 전 흘린 글들을 읽으며 그때의 감정들을 엿볼 수 있어 재밌었다.
감정이 오르락이던 내리락이던 기울기가 있을 때마다 다이어리를 썼던 것 같다.
엄밀히 따지면 '일기'와는 상관없는 잡문장이다.
다이어리만 다시 시작하기로 했는데, 그 이유는 블로그에 의미없는 잡문장은 더 이상 올리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의미없는 문장들은 의미없는 공간에다 집어넣기로 했다.
발전하지 않는 어린 감정들은 싸이로 보내질 것이다.
그 아파트처럼 깝깝한 곳에서 베란다 화분처럼 진열시켜 놓을 생각이다.
쓰잘데기 없는 푸념은 제외한 그동안의 싸이 다이어리를 정리해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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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03 목
시의 매력은
말로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을 주는 것..
2005.11.08 월
소심해 보일지 모르지만 원래 그런거다.
그래, 문자 한 통만 답장이 오지 않아도, 온 힘이 다 빠지는 거다.
그리고 다시 연락할 용기가 사라지는 거다.
수십번 이렇게 쓰면 부담스러워 하지 않을까,
이렇게 쓰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고민하다가,
겨우 휴대폰을 열고,
전송 버튼을 누를까 말까 망설이다 몇 번을 덮고 난 뒤
보낸 문자가.
그렇게 없는 용기 짜내 보낸 문자가 답장이 오지 않으면
그것만으로도 그날 우울해져서 아무 일도 되지 않는거다.
그래서 다시 보내긴 싫어지는거다.
문자 한번 답장안했다고 다음부터 연락안하는 쪼잔한 놈이라 해도
어쩔 수 없다.
나 또한 어쩔 수 없으니까.
2005.11.09 화
해야 할 일은 많은데 손에 안 잡히고,
그냥 마음이 답답하다.
바깥에서 들어오는 신호들을 최대한 차단하려 하며, 뇌의 인지 부분은 그 동안의 기억과 주변의 감각 신호와 교감하며, 생각들을 만들어낸다. 그렇게 만들어진 생각은 운동영역으로 보내지며, 운동영역은 신경을 통해 손가락 끝으로 신호를 보낸다.
그래!! 그게 신비로운 거다!!
머릿속의 생각이 팔의 신경을 타고 흐르는 거다!
그렇게 전이된 생각은 손가락 끝에서 꾹꾹 눌러져 키보드로 전해지고, 전선을 타고 들어간 전기신호는 모니터의 깜빡임으로 바뀐다. 나 하나의 생각이, 컴퓨터 속의 물리적인 자기의 상태를 변화시킨다. 그리고 이렇게 쓰여진 글은 다시 이 글을 읽는 사람의 뇌에 영향을 미치는 거다!!
아.. 얼마나 심심했으면 이러고 -_-;;
2005.11.10 수
아.. 또 우울하다..
한번만 더, 관심 가져줄래?
2005.11.12 금
이렇게.. 또
시간은 썩어간다..
무색무취의 시간
2005.11.13 토
최근 얼마전부터 감정을 억누르지 못 한다.
짜증이 날 때, 참지 못 하고..
다른 사람 앞에서도 눈물이 나오면 멈추지 못 한다.
그리고 이건 옛날부터 그랬지만 좋은 사람, 싫은 사람에게 속내를 숨기지 못 한다.
감정의 파도가 이성의 방파제를 넘은 지는 이미 오래다.
2005.11.16 수
친구에게 책을 빌렸는데, 고맙다는 말을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내가 말했는지 물어보고, 안 했으면 다시 말할까.
그건 너무 바보같다. 그리고 그러면 진심이 아닌 거 같다.
내가 말 안 했어도 고마워 한 것 알아주겠지..?
아, 잠깐, 고맙다는 말을 나도 모르게 빼먹었다는 것은 사실 내 속마음은 고마워하지 않았다는 건가.
아니 했겠지.. 고맙다는 말을 했지만, 너무 습관적으로 나와 기억 못하는 것일지 모른다. 고등학교 다닐 때 등교하다 교복 바지를 깜빡하고 안 입고 온 것 같아 깜짝 놀라서, 아래를 쳐다보면 의식할 새도 없이 입은 상태였던 것 처럼.
아니 잠깐, 그렇게 고맙다는 말이 기계적으로 나오는 거라면 진심이 아니잖아.
아.. 아.. 어렵다.
결론은..
넌 너무 소심하다. -_-;; 그런걸로 고민이나 하고.
2005.11.17 목
왜 나는 항상 혼자 이럴까.
혼자 좋아하다, 혼자 설레여하고
혼자 망설이다, 혼자 힘들어하고
혼자 상상하다, 혼자 실연당하고
혼자 울다, 혼자 정리하고.
나의 어떤 행동도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그 사람은 내 뇌를 들어와 뒤집어 놓지만,
나의 혼란스런 마음은 두개골조차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이
가슴을 죄온다. 죄를 지은 것처럼.
2005.11.22 화
또 닥치면 하려고??
닥치고 지금 해라.
2005.11.23 수
혼란스러워 머리가 깨질듯하다.
제거해야 할 시한폭탄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마음속은 그것보다 더 혼란스럽다.
누군가와 지독하게 얘기하고 싶은데
답장이 없다.
나는 하늘로 문자를 보낸건가.
2005.11.29 화
손이 너무 시리면 감각이 없어지듯이;
내 가슴이 그런 상태다.
아픔조차 느낄 수 없다. 이제.
동상에 걸리면 몸의 다른 곳 까지 썩어들어가기 전에 잘라내야 한다지;
감정이 이성의 영역에까지 방해하는 꼴을 두고 볼 수 없다.
그래서...
2005.12.02 금
내가 싫나요??
아님
이런거 물어봐서
내가 싫어요?
2005.12.03 토
가끔씩 내가 절대 용기내어 할 수 없는 말을
MSN 대화명에 적곤 한다.
그러면 그 말을 해주고 싶은 사람과 대화할 때, 계속
그 말이 뜰테니까.
아주 가끔 그런다.
2005.12.05 월
어제 별이 유난히도 많았다.
날씨는 유난히도 추웠고,
바람은 유난히도 세게 불었다.
추운 날씨에 하늘의 별을 보니
얼음들이 박혀 있는 듯했다.
유난히 아름다운 밤.
그렇게
무난히 지나간 하루.
2005.12.10 토
저기 올라가고 있는 조회수 보이지
그래, 저건 니가 마음만 먹으면 지금처럼 니 마음대로라도 올릴 수 있어
저런 숫자 따위에 네 가치를 매기지마.
니가 가치가 있든 없든 그건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그건 숫자로 매길 수 있는 건 아냐.
2005.12.12 월
사람이 처음부터 계속 혼자이기만 했다면
외로움이란게 어떤 것인지 몰랐을 것이다.
외로움은
결국엔 혼자인 인간에게
신이 내린 선물이다.
2005.12.12 월
비극은 죽음으로 끝이난다.
죽지 않는다면 아직 비극이 아니다.
내게 닥칠 어떤 일도 죽을 일이 아니라면,
비극이라 할 수 없다.
겸허히.
2005.12.16 금
물은 얼어 붙기도 하지만
얼어 떨어져 나가기도 한다.
이 추운 겨울엔
2005.12.18 일
이해해주께, 나 또한 다르지 않으니까..
2005.12.18 일
이해해주께.. 넌 나와 다르니까.
2005.12.22 목
내가 ....을때도 그래줬었나..?
가슴이 조여온다.
이런 우울함.. 눈으로 덮어버리고 싶다.
녹아 또 드러나겠지만.
2005.12.30 금
내 마음의 1할을 드릴께요.
2005.12.30 금
이번엔.. 속지 않을꺼야..
믿지 않을꺼라는 얘기야..
2005.12.31 토
사람들은 참 신기하지.
물리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하나도 없는데.
이 때가 시작점이네
하고 마음대로 정해 놓고
새로 시작했다고 축하하고
소원을 비는 것을 보면.
더 신기한 건
이러한 속임수가,
실제의 심리적, 사회적 변화를
만든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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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0월 16일에 처음 다이어리를 쓰고 나서 2005년은 줄곧 저런 얘기들이다.
누구를 좋아하면서 이런 글을 썼는지 헷갈린다. 워낙에 비슷한 기억들만 있어서.
좋아하던 사람과 좋아하던 기억은 사라지고 고대문서 쪼가리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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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코 첨 들어갔다 신기해서 뒤적뒤적 대다 일루 들어왔네요..~남의 일기 보고 양심없이 쓱 닫아 놓고 시침떼기 뭐해서 흔적 남기고 갑니다.- 공감하는 일기가 많네요..제 일기 어딘가에도 있을법한 익숙한 마음들이 느껴져요 -아 근데 제가 여기서 나가면 못찾아 들어올꺼 같네요..어떻게 들어온지 모르게 들어온거라~ 어쨌든 "희망을 와락 끌어안으세요".. : ) bye~
저는 링크로 찾아갈 수 있군요. ㅋ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