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막 자려고 불끄고 누웠을 때 친구에게서 문자가 왔다.
"머하노자나~ㅎ"
나는 아무생각없이
"이제 막 자려고 누웠다." 고 답장을 보냈다.
그런데 다시 온 답장이
"막 자려고 누웠나 문자 너무 살벌하게 보내는데ㅡㅡ ㅋㅋ " 였다.
뒤에 'ㅋ' 나 'ㅎ' 를 붙이지 않은 것이 마음에 걸렸는데, 역시나 살벌하게 느껴졌나보다.
문자 대화에서 ㅋㅋ 나 ㅎㅎ 혹은 이모티콘들은 표정이나 행동과 같은 언어 외적 표현의 역할을 한다.
아직 어색한 사이에는 말끝마다 ^^ 이모티 콘을 넣어 주고, 심각한 순간에는 ㅋㅋ나 이모티콘을 붙이지 않음으로써, '우린 지금 진지하게 말하는 거야' 라는 긴장감을 준다.
그런데 나는 그런 보조 언어를 붙이지 않음으로써, "이제 곧 잘거니, 간단히 말해", "왜 하필 자려고 누웠는데 문자야" 같은 느낌을 준 것이다. 매순간 반드시 보조 언어를 쓸 필욘 없지만(보통 친하면 잘 안 쓰지만), 내가 보낸 답장의 '내용상' 반드시 넣어야 할 상황이었다.




문자 대화에서 뿐만 아니라 면대면 대화에서도 나는 표정관리를 잘 하지 못한다.
어떤 말에 정말 아무렇지 않은데도, 기분 나빠한다고 오해받고, 진심으로 하는 말인데도 "표정은 아닌데" 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정말 웃겨서 웃거나, 울 때는 자연스럽다. 그런데 그런 상황은 정 참을 수 없어서 나올 때 뿐이다. 조금만 의식해서 표정을 줘야 할 때는 쉽게 되지 않는다. 거짓 표정을 짓는 것도 아니고, 다만 적당한 표정을 지어야 하는 상황인데도 말이다. 예의상 웃어주는 미소도, 고마워 하는 표정도 모두 어색하다.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라, 당황한 표정으로 있거나 과장된 표정을 짓는다. 특히 처음 보는 사람이나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을 만날 때 심하다.
선천적일 수도 있고, 대인관계 능력을 제대로 키우지 못한 탓일 수도 있다. 자연스러운 표정을 '모르는' 것이기 때문에 학습이 제대로 안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노력해도 쉽게 고쳐지지 않는 걸 보니 선천적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런 안면표현 장애가 약하게 겪고 있는 대인기피증의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어색한 표정은 속마음과 반대의 표정을 억지로 짓는 것이라고 착각하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예의 없는 놈, 가식 적인 놈으로 인식되진 않을까 걱정이 된다. 진심은 과장된 표정도 아니고, 표정과 반대도 아닌 어딘가 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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