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ANIC

공지사항 | 2007/03/26 00:28
고등학교 때 시사(독서)토론부라는 동아리를 했었다. 시사에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고 토론하는게 재밌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원래 동아리 이름은 독서토론부(간디를 사랑하고 실천하는 모임)이었지만, 제목에서 느껴지는 포스에서 알 수 있듯이 신입생이 많이 들어오지 않아, 그 다음해에 시사토론부로 바꿨다. 그리고 나는 시사토론부일 때 들어갔다.

그 동아리에서는 다음 카페를 하나 운영했다. 몇몇 동아리가 그렇듯이 오프라인에서는 서먹하고 온라인에서는 활발한 그런 동아리였다. 나도 실제 토론을 할 때는 한 마디도 하지 않다가, 온라인에서만 설레발을 쳤다.

이런 글, 저런 글 정말 다양한 글들을 많이 썼다. 처음으로 내 생각을 자유롭게 말 할 수 있는 기회였다. 내가 쓴 글 중 시사적인 내용은 거의 없었고, 푸념섞인 얘기나, 냉소적인 내용, 주제를 알 수 없는 글이 대다수였다.
지금 보면 피식하고 웃을 수 있는 너무나 유치한 글들이다. 논리의 헛점 투성이이고, 아무 근거도 없는 글들도 있고, 알지도 못하면서 그럴싸한 낭만주의 과학에 빠져있기도 하다. 간혹가다 한 두개 내가 이런 생각을 다 했었나 하고 놀라는 글들도 있다. 망각의 속도는 지식 습득의 속도보다 빠를 뿐 아니라, 창작의 속도보다 빠른 것 같다.

유치한 글이 대부분이라 할지라도 그때만큼 생각이 폭발적이었던 적은 없었다. 아무 글이나 자유롭게 쓸 수 있었기에, 누구도 뭐라 하지 않았기에, 내겐 어디보다 편안한 곳이었다.
그리고 그 어디에서보다 많은 것을 배웠던 곳이다. 중독성이 강한 선배들의 글, 그 깊은 생각, 그리고 유쾌한 글 솜씨. 그 선배들은 모두 서로 친한 친구들이었는데, 서로가 서로를 알아봤는지 모두들 (내가 쓰는 표현으로) 영혼이 깊은 것 같았다.

그 카페는 이제 아무도 드나들지 않는다. 초라한 간판과 먼지 쌓인 낡은 소파만 있는 텅 빈 카페다. 파리마저도 날리지 않는다. 가끔 옛추억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한번씩 나처럼 안을 둘러보고 가기는 하는 것 같다.

그 카페의 이름은 'pPANIC'이다. 뜻은 psychological panic, '정신적 공황'이다. 왜 그렇게 지었는지 선배들에게 들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주 가끔씩 그 카페를 들어갈 때마다, 카페가 살아있는 것에 안도한다. 거기 있는 글들이 다 날아가 버린다면, 고등학교 시절의 절반이 날아가 버리는 것과 같을 것이다. 그래서 요즘 카페에 있는 글들을 하나씩 따로 옮기고 있다. 할 줄 아는 방법이 없어서, 그냥 통째로 긁어서 한글 파일에 붙이고 있다. 내 글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글 중 일부도 포함해서 옮기고 있지만, 카페에 썼던 글은 역시 카페에 걸려 있어야 한다. 카페에서 먹던 커피를 집으로 가져온다고 그 맛이 나지 않듯이.

카페에 썼던 글들을 블로그에도 가끔 올릴 것이다. 엉성하고, 유치한 글도 있지만 지금도 마찬가지기 때문에 -_-;



결국 이 글의 목적은 'pPANIC'이란 태그의 뜻을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을 것 같았지만, 앞으로도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게 미리 말해두는 것이다.




인터넷 속 어딘가를 떠도는 내 기억분자들을 이 곳에 모으고 싶다.

[소개] 여긴..

공지사항 | 2007/02/20 18:23

여긴 저의 우물을 퍼올리는 곳입니다.
더 이상 물을 퍼올리지 않으면 우물이 말라 버릴 것 같아,
그래서 우물 속의 개구리가 말라 죽을 것 같아,
이 곳에 퍼올리기로 했습니다.

이 물이 언젠간 바다로 흘러 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카테고리에 대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같은 우물에서 퍼올린 물이라도 어디에 담아서 마시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집니다.
표주박에서 뜬 물은, 흔히 말하는 식으로 머리보단 가슴에 가까운 글들을 담을 것입니다.
비커로 계량한 물은 조금 더 객관적이고 진지한, 혹은 지루한 맛이 나는 글이 올라올 것입니다..
컵에 따른 물은 일상의 소소한 생각들, 엉뚱한 생각들, 가설들을 풀어낼 것입니다.
손에 담은 물은 일기와 같은 저에 대한, 저의 얘기를 담을 것입니다.

때에 따라서 분류하기 애매하거나 모호한 글들은 적절한 위치에 있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다 같은 물이라 생각하고 크게 개의치 않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피드 주소가 바꼈습니다. 이전에 등록했던 분들은 http://feeds.feedburner.com/nanael
로 새로 등록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즐거운 블로깅 되세요~